학창시절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평균 키보단 컸던 나였기에 키에 대한 걱정은 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날수록 나보다 작았던 친구들이 점점 더 커져갔고 고등학교 입학을 하자마자 나는 키 순서로 2번이 되고 말았고, 그 이후로 쭉 1번을 도맡아 왔다. 원래 공부보다는 체육 쪽으로 관심이 많아 스케이트, 수영 등을 즐겨 했는데, 점점 신체적인 한계를 느끼고 좌절을 느껴야 할 때가 많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온 나에게, 군대를 거의 마쳐갈 무렵 일리자로프(사지 연장술) 수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큰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설득하여 수술을 하려 맘을 먹었다.
수술에 들어가서
처음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두려웠다. 남들처럼 다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수술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스스로 뼈를 자르고 철심을 박아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멍청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키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 하나로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 처음 수술을 끝내고 병실에 돌아와서는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약간 불편한 정도에 고통... 무통주사가 아깝다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에 처음 철심들을 다리에 박고 일어서서 걸어다니는 훈련을 할 때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마치 가시밭 길을 걸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처럼. 또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었기에 침대에서 대·소변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것도 굉장한 수치심을 겪어야 했다. 또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일어나는 훈련 도중에 쓰러지기도 자주 했다. 누워 있으면 심장이 피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별로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펌프질이 약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평소에 펌프질로는 피를 온몸에 전달하기 힘들기에 피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거라고 선생님들이 설명해줬다. 쓰러질 때는 기분이 별로 좋진 않지만 그것보다도 2차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지 않으면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특히 심했기에 걷는 훈련이 느려져서 남들보다 2주 정도 늦게 퇴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키가 큰다는 신념 하나로 견딜 수 있었다.
부작용 및 갈등
퇴원 할 때 쯤, 염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같은 수술을 한 사람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가 염증 때문에 재수술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고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뼈를 늘리는 곳에 염증이 생기면 뼈 가운데 길게 박아 놓은 철심을 빼고 가로로 박은 철심들로만 생활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결국 뼈가 완전히 다 생기기 전 까지는 겉에 박은 철심을 계속 달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느려진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때부터 염증과의 사투에 들어갔다. 내 수술 부위로는 침도 튀기지 못하게 하였고 씻을 때는 항상 부위를 비닐로 몇겹씩 감싸 어떤 것도 튀지 못하게 하였다. 특히 화장실을 갈 때에는 몇 번씩이나 조심을 하게 되었고, 뭐가 묻은 것 같을 때는 재빠르게 소독을 하였다. 이런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점점 쌓인 불만과 스트레스를 부모님들에게 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왼쪽 발에 뼈가 잘 생기지 않아서 늘어놓은 공간을 다시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도 많았고, 남들은 뼈를 늘릴 때 나는 다시 줄이는 일을 반복하였다. 아무리 해도 뼈가 잘 생산되지 않자 선생님께선 일단은 늘려 놓고 인공뼈를 이식하자고 하셨다. 아무래도 나는 뼈가 늦게 재생되어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더 고생하게 되었고, 다리를 항상 벌리고 다녀야 했기에 다리도 약간은 휜 것 같다. 지금도 누가 봐도 다리가 X자로 휘어있다. 처음 뼈를 이식했을 때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수술한지 3년이 되어가고 뼈진도 어느 정도 차올라 내고정 기구를 조만간 뺄 것 같은데 수술 후 2년 정도 될 때만하더라도 약 10% 정도밖에 뼈진 생성이 더디게 진행되었었다.
당부의 말
수술을 진행했던 과정속 에서 여러 가지 힘든 경험들을 했던 것 같다. 육체적 고통도 물론 따르지만, 가장 심한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예를 들면 매일 뼈가 안 자라면 어떡하나? 이대로 완치가 안 되는 것은 아닌가? 이러다가 염증이라도 생기면 정말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들이 항상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게 제한되므로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화를 내게 된다. 나도 부모님과의 갈등이 굉장히 심해서 하루 2번 이상은 계속 싸우게 되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을 선택하는 데에도 제약이 되고, 회식 때 가지게 되는 술자리에서도 혼자서만 빠져야 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같은 구성원들끼리 운동도 같이 못 하게 되고, 재는 다리 안 좋은 애라는 인식이 강하게 찍혀 있어, 눈치를 보는 때가 굉장히 많아진다. 분명히 수술로 통해서 얻는 것들도 많아지지만 그만큼 포기하고 잃어버리는 것도 많은 것 같다.